오라클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오라클은 세계 최대 엔터프라이즈급 소프트웨어 회사로 전 세계 대기업들 중에 오라클의 제품을 쓰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을 정도로 오늘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토요일 아침 우연히 블룸버그가 다룬 25분짜리 오라클과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유튜브에서 시청했는데,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많은 파운더들의 핵심 trait들이 1세대 창업자였던 래리 엘리슨에게 있는 것을 확인했다.

Seeing it differently.
우리가 데이터를 손쉽게 관리하고 만지며 분석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관리 방식에 있는데 현재 우리는 행과 열로 구성되어 수백, 수천 개의 테이블들이 모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방식을 사용한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우리는 ‘빅데이터’를 통해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정보를 얻게 되었고 이는 곧바로 산업의 혁신을 불러왔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의 시작은 사실 내 전 직장이기도 한 IBM에서 개발했는데, IBM Research에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써놓은 보고서를 우연히 읽은 래리 엘리슨은 보자마자 오라클의 비전을 확인했던 것 같다.

재밌는 사실은 IBM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흥미로운 기술이고 컨셉이긴 하지만, 상업화하기는 어려운 기술’, 정도로만 생각했었던 것 같다. 래리 엘리슨은 정반대로 생각했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앞으로의 사회의 큰 변혁을 일으킬 것을 직감했다. 그의 회사대로, 그는 정말 현인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위대한 제품과 위대한 기업은, 대체로 처음에는 무시와 조롱을 받는다. ‘그게 되겠어?’ 와 같은 질문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제품과 기업들의 시작에 던져진 일관된 질문이었다.

그는 90년대 초 인터넷의 발달도 직감했다. 아쉽게도 오라클이 내놓은 저가형 개인용 컴퓨터 (NC) 는 실패였지만 그는 확실하게 퍼스널 컴퓨팅 시장이 수 백조가 넘는 초대형 시장으로 성장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모두가 안 될 거라는 얘기는 오히려 좋은 얘기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기업은 이러한 산업의 변화와 미래를 직감하는 것만으로 탄생하지 않았다.

Absolute tenacity.
모든 위대한 기업은 자기 자신보다 더 큰 파도가 언제 밀려들지 직감하는 것과 더불어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집요함인데, 래리 페이지는 원래 일을 벌여놓기만 하고 끝내지는 못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오라클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그는 오라클에 집중했다. 초기엔 성공했으나 이후 DB 시장과 ERP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경영난도 자주 겪었으나 그는 집요하게 계속 밀고 나갔다. 이 또한 우리가 오늘날 잘 알고 있는 파운더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적인 성향이 아닌가?

All I do is win.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업가인 피터 티엘에게도 확인할 수 있는 trait이기도 하다. 래리 엘리슨은 절대로 타협하는 법이 없었다. 조그마한 경쟁조차도 그는 이겨야만 했다. 95년도에 일본에 방문해서 일본 제조회사의 한 임원에게서 들은 조언은 그의 생각을 확립하게 했는데, 그것은 “100% 미만은 충분하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기기 위해 수많은 인수·합병을 감행하기도 했는데, 오늘날 IT 세상에서는 인수·합병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90년대에는 정말 흔치 않았으며, Corporate development를 M&A중심 그룹으로 가져가는 형식의 모델은 래리 페이지가 처음 시도했다고 한다. 래리 페이지는 ERP, CRM과 같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1등을 차지하기 위해 수 많은 대형 인수를 체결시켜 왔는데 그중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PeopleSoft (오라클의 HR ERP)와 Siebel Systems (그당시 #1 CRM), Hyperion (오라클의 Finance ERP), Sun Microsystems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 오라클의 핵심 그룹들이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만들어진 그룹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그는 정말 이기기 위해 태어난 레인메이커다.

Conclusion
각기 다른 분야에 각기 다른 성향을 지녀서 파운더들에게 ‘성공 공식’이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생각보다 파운더들 사이의 상관관계는 꽤 뚜렷하다. 위 3가지 성향들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키지만, 그 핵심에는 대부분의 파운더들이 같은 근본적 성향을 이루고 있다. 대게는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면 만들기 힘든 성향들이다. 이러한 성향들이 없다면 성공적인 파운더가 될 수 없는가? 내 생각에는, 맞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해보기 전에는 자기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모른다. 지레짐작은 해볼 수는 있겠지만, 정확하지 않다. 자신을 제일 잘 알면서도 제일 모르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또 한 가지는, 여담이지만 오라클과 SAP를 써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이 회사들의 제품이 bullshit인지 잘 알 수 있을 거다. 업무를 편하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도구를 사용하려면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UX를 생각한 엔터프라이즈급 산업이 향후 5년 이내로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Slack, Box, Salesforce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월등한 UX로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만들어가고 있다. JIRA/Confluence와 같은 제품도 머지않아 바뀌어야 한다. 오라클과 SAP 역시 챌린저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절대 안 바뀔 것이다. 이러한 산업의 변혁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몫이다. 누가 그 몫을 가져갈지는, 일단 해보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