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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光化)
왕의 큰 덕(德)이 온 나라를 비추다.

광화문은 1395년에 창건된 620년의 긴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문이다. 비록 두 번이나 불 타 없어지기도 했었고 원래 자리 잡고 있었던 위치에서도 벗어났었지만 서울 도심 한 복판에 우뚝 세워진 지금의 광화문은 지난 620년 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직접 찾아가 본 광화문은 자태가 아름다웠으며 옛 조선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광화문은 1592년 임진왜란, 1927년 일제강점기 문화말살정책, 그리고 1950년 6.25 전쟁까지 민족의 뼈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맞이했던 문이다. 최근에도 방화로 인해 다시 한번 복원 작업을 했다.

지어진 뜻 그대로 광화문은 지난 반 천 년간 우리 민족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되었다. 왕은 아니지만 온 나라로 비추는 큰 상징적인 빛이 됐다.

한국에 들어온 뒤 생각해보니 여태껏 제대로 광화문과 경복궁을 구경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광화문 앞에 있는 교보문고를 왔다 갔다 다니며 둥글게 왕실을 지키고 있는 겉 모습만을 멀리서 몇 번 바라만 봤지, 그 깊은 내면은 여행을 해보지 못했던 게 아닌가.

그래서 갔다. 주말을 이용해 조용히 혼자 카메라를 들고 다녀왔다.

DSC00451광복 70주년을 기념해서 빌딩들이 태극기를 내걸었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한국에서도 몇 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부모님이 한국 국적이라 나 역시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국적자이기도 하다.
때로는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편하고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나 자신도 모르게 외국인의 시선에서 관찰할 때가 있기도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태극기를 볼 때면 늘 전율을 느낀다.

광화문 광장을 잠시 둘러보고 곧장 광화문 입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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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맑아서인지 광화문이 참 밝게 나왔다.
도심이라 차가 없을 때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초점만 잘 맞춰서 촬영을 했는데, 나름 느낌이 살아 있는 사진을 찍은 것 같아서 뿌듯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재가 눈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씩이나. 다시는 그럴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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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의 입구에서 지켜본 수문장과 수문군. 수문장은 조선 왕실의 권위 확립과 안정을 위해 크게 기여했던 직책이였다.
광화문 앞에서는 때 마침 수문장 교대식이 행해지고 있었다. 가만히 서서 위엄 있게 움직이는 수문군의 모습을 관찰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들의 규율이 돋보였다. 입은 군복의 색감이 맘에 들었다. 조선의 찬란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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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교.
광화문을 지나 영제교를 건넜다. 영제교는 ’임금을 만나러 가는 다리’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 곳을 지날 때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임금 앞에 설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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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전.
입구에 들어가니 전 세계 어딜 가도 이렇게 독특하고 예쁜 궁전은 없을 것 같았다. 경복궁의 중심이 되는 건축물이다. 이 곳에서 왕이 새로 즉위하기도 했고 외국의 사신을 접견하기도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청와대 같은 건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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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전을 둘러보고 옆 길로 가서 잠시 쉬기 위해 경회루 앞 그늘에 앉았다. 앉아서 느긋하게 경회루를 관찰하니 속이다 뻥 뚫리듯 시원했다.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밖에서만 봐도 충분히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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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경복궁 일대를 둘러보며 감명 깊게 본 것이 있다.
바로 색조.

궁궐의 지붕 밑에는 섬세한 장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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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경복궁을 둘러보고 다시 광화문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나왔더니 다시 수문장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그중 북을 치던 수문군이 빌딩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지켜보고 있기에 사진을 찍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나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 뿌듯했다.
그렇게 광화문을 여행했다. 620년 간의 역사를 느껴보려고 했다.
광화문을 감상했다. 조선의 위엄과 시대의 찬란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애국심이 느껴졌다. 직접적인 연결은 없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수 많은 독립 투사들도 묵상했다.

그리고 오늘날을 돌아봤다. 과연 우리는 옛사람들처럼 우리 고유의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글로벌 시대에도 우리 만의 문화와 상징을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고유의 것들을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도입하기에 급급하다. 나만 해도 말이다.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나라만의 특별함은, 또한 그것들이 갖고 있는 의미만큼은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광화문과 경복궁이 참 좋았다. 세종로는 세련된 건물들로 이루어져 깔끔한 메트로폴리스의 느낌이 물씬 나고 광화문 안으로 조화가 참 잘 이루어진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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