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

해안이 훨씬 안전하지만 나는 파도와 맞서고 싶다.
– 에밀리 디킨슨

2016년 1월 11일 – 14일.
3박 4일간의 여유로운 시간 동안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수도 뉴올리언스를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잘’ 여행하는 것이었다. 풍요롭게 여행하는 것이 가장 재밌고 가장 행복한 여행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타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꽤 괜찮은 여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혼자 별 다른 계획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게 되는 여행도 낭만도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비교적 따듯한 남부의 날씨를 자유롭게 만끽하며 찍고 싶은 사진을 찍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걷고 싶은 골목을 걷는 것이 목표였다.

내가 자주 읽는 여행기 작가가 말한 말이긴 한데, ‘발 닿는 대로 느끼는 것이 여행’이다. 가기 전 대충 뉴올리언스가 어떤 도시고, 어떤 음식이 있고, 뭐가 유명한지 정도만 검색해 봤다. 가볼 만한 곳을 리스트로 나열만 하고 뉴올리언스에 도착해서 정말 발 닿는 대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렇게 새벽 비행기에 몸을 싣기 위해 서둘러서 공항으로 갔다.

 

새벽 시간의 공항은 늘 그렇듯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바쁘게 바쁘게 서둘러서 가까스로 이륙 10분 전 게이트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창문을 바라보니 해가 뜰 무렵이었다. 2시간 정도를 날아서 뉴올리언스에 들어왔다. 내가 알기로는 뉴올리언스는 관광지로 그렇게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이렇다 할 랜드마크도 없고 있어봐야 세계 2차 대전 박물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톰 행크스가 일조한 박물관이라고 한다)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가장 유명한 것은 재즈 음악과 남부 음식인 ‘크레올’ 푸드다.

와서 보니 1분 1초가 바쁜 대도시들과는 다르게 뉴올리언스는 느리게 굴러가는 도시다. 모든 사람들이 한 걸음씩 느리게 걷는다.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이 숙소는 1965년에 재즈의 전설인 루이 암스트롱이 뉴올리언스를 방문했을 때 이용했던 호텔이라고 한다. 재즈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그저 전설이 자고 간 호텔이라기에 기념으로 사진도 한 장.

루이 암스트롱이 다녀갔다는 호텔 St. Pierre.

남부 음식은 ‘소울 푸드’로 유명하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미국 남부의 자극적이고 입맛을 돋우는 ‘잠발라야’나 ‘검보’, ‘새우 크레올’은 먹어볼 만 하다. 나도 숙소에 짐을 푼 후 제일 먼저 간 곳은 역시 ‘THE GUMBO SHOP’이었다.

가격은 비싼 편이었지만 뉴올리언스만의 시푸드 검보와 매쉬드 감자를 먹어볼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정말 맛있었다. 다만 혼자 와서 그랬는지 식당 종업원들이 내 눈치를 좀 보는 듯했다.

밥을 먹고 나와서 뉴올리언스 문화 거리인 프렌치 쿼터를 걸어 다녔다. 프렌치 쿼터에서는, 특히 버번 (Bourbon) 거리와 로열 거리는 골목골목마다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즐비해 있다.

미시시피 강가 쪽으로 걷다 보면 예술가들과 점쟁이들이 거리에 나와 앉아 그림을 그리고 점을 치는 로열 스트리트도 있다. 그림들은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아쉽지만 담지 못했다.

프렌치 쿼터에 ‘Spitfire Coffee’라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 있다.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닌데, 커피 한 잔 한 잔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카페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고 내가 커피를 잘 아는 게 아니어서 그 가격에 상응하는 맛을 느끼진 못했다.

뉴올리언스의 날씨는 대체적으로 따듯한 편이다. 시카고나 뉴욕이 최고 온도 영하 10도, 15도로 한파를 겪을 때 뉴올리언스는 여유롭게 영상 15도, 20도를 찍었다. 다만 일교차가 좀 커서 밤에는 영상 3도, 4도 이렇게는 한다. 날씨가 따듯한 오후에는 미시시강가에 가면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물도 맑고 색감이 예쁜 편이었어서 꽤 오랜 시간 서서 사진을 촬영했다.

로열 스트리트를 지나면 뉴올리언스의 작은 공원인 잭슨 스퀘어와 St. Louis (세인트 루이스) 성당을 볼 수 있다. 안으로는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밖에서 볼 때 예쁜 건축물이었던 것 같다.

혼자 밥 먹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유명한 레스토랑/바인 Oceana Grills에서 굴 애피타이저와 새우 크레올을 먹어봤다. 맛있긴 한데, 거의 무일푼으로 와서 그런지 비싸게 주고 먹은 것 같아 살짝 부담이 되기도 했다. 혼자 다니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지만 차근차근 연습해나가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크게 문화 거리인 프렌치 쿼터와 도심가인 비즈니스 스트릿이 있다. 뉴올리언스는 이 둘을 잇고 또 뉴올리언스 도시를 잇는 역사적인 교통수단으로 ‘트램’을 이용한다. 나는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먼 거리도 걸어 다녔기 때문에 타볼 기회는 없었지만 가격이 그렇게 비싼 편도 아니니 체험 차원에서 타볼 만은 한 것 같다.

프렌치 쿼터와 로열 스트리트는 거리의 집들이 알록달록하고 색감이 예쁘다. 뉴올리언스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의 문화를 이어받았지만 건축물 양식은 스페인 식이라 주워들은 것 같다.

둘러보던 차에 오래된 책을 파는 헌책방이 있길래 들어가서 구경을 해봤다. 뭘 사진 않았지만 헌책방만의 그윽한 냄새는 언제든 기분을 좋게 한다.

뉴올리언스는 트램 외에도 마차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물론 대부분 관광객들이 타고 있었지만 문화적으로나 미적으로나 꽤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출해낸다. 저렴한 가격대는 아녔기에 나는 패스.

도시가 작다 보니 경찰청이며 법원이며 시청이며 다 걸어서 15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뉴올리언스 대법원은 관광객들이 항상 붐비는 로열 스트리트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뉴올리언스에는 세계 2차 대전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있다. 여행 정보 공유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서는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으로 이 박물관을 꼽았는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보니 정말 가볼 만했다. 전시해 놓은 각종 무기들과 전차 및 탱크들, 전투기들, 그리고 군복들이나 당시 상황을 그럴 듯하게 묘사해놓은 전시품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배우는 것들도 많았고 세계 2차 대전에 대해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됐다.

박물관에서 보는 뉴올리언스 전경. 이 쪽에서 촬영을 하니 프렌치 쿼터 일대는 보이지 않는다. 비즈니스 스트리트만.

음식과 음악만 유명하면 섭섭하다.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분위기여서 맘 놓고 작품들 촬영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길거리의 그라피티들은 저작권도 없고 하니 막 찍다 보니 맘에 드는 그라피티를 만나서 final 컷으로 남겨뒀다.

여담이지만 뉴올리언스에 여행 온 사람들 중에 노부부가 많았다. 오랜 기간 서로를 위해 살았던 그들의 뒷모습에는 여유로움과 동시에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유명한 음식 중에 ‘포 보이스’라는 음식이 있다. 쉽게 말해 샌드위치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기대했던 것 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나름대로 괜찮았다. 나 같이 돈 없는 여행객들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는 적격인 듯.

Raw 해산물을 먹어보지 못했다면 뉴올리언스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유명하다는 Acme Oyster House를 방문했다.

모든 맛집이 그렇겠지만, 뭘 모르고 가면 사람이 많아서 대우를 잘 못 받는다. 오래 기다려야 하고 제대로 된 테이블도 받지 못한다. 기분이 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시나 혼자 찾아온 손님에게는 바 구석 한 자리만을 내줄 뿐이었다.

뭐, 그래도 맛만 좋다면 자리가 어떻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굴을 맛보고자 했던 가난한 거지 여행자는 애피타이저로 굶주린 배를 만족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고른 애피타이저는 ‘슈림프 검보’. 미국 남부의 소울 푸드 중 하나다.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지만 마음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맛이었다.

바에 앉아 있다 보니 요리사(?)들이 굴을 집적 열어서 접시를 준비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별 건 아니었지만 직원들이 뉴올리언스 답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요리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생굴이 12개가 나온다. 굴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천국이 따로 없을 듯. 나는 그냥 맛만 봤다. 아, 이렇게 먹는 거구나.

 

밤하늘의 뉴올리언스는 낮과는 또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낮엔 한적하고 조용한 재즈 음악이 들려온다면 밤에는 사람이 득실대고 흥겨운 재즈 음악이 들린다. 뉴올리언스는 미국에서 라스베가스와 함께 유일하게 길거리에서 음주가 가능한 도시다. 어떤 이들을 이런 문화를 보고 라스베가스와 뉴올리언스를 미국의 소돔과 고모라라고 일컫기도 한다. 뭐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둠이나 사악함이 느껴지기보다는 그저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흥겨움만 느낄 수 있다.

3박 4일은 짧다면 짧고 또 길다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깊은 시간이었다. 혼자 있으면서 생각을 좀 정리할 수 있게 됐고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돌아와서 생각이 두배로 늘었다) 좀 더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무엇보다 여행의 재미를 이제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다음은 어디를 여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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