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비즈업)

내가 마이박스를 알게 된 건 올해 여름이다. 지인이 한국형 온디맨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시작한대서 검색을 좀 해보다가 알게 되었다. 마이박스는 한국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SparkLabs) 출신으로 지난달 코엑스에서 데모데이에 참가한 스타트업이다. 마이박스가 몸담고 있는 업계인 “온디맨드 스토리지 서비스”라는 말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쓰지 않는 물건을 (예: 겨울옷, 안 읽는 책 등) 보관할 박스를 주문하고 박스가 오면 물건을 담아 예약한 시간에 픽업해 보관해주는 서비스다. 큰 셀링 포인트가 있다면 고객은 물건을 담기만 하면 된다는 점. 배송료나 기타 대외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현재 한국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Livible이나 Omni Storage, 또는 Clutter 같은 기업들은 스마트폰으로도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지인도 최근에 이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며칠 전 closed-beta 서비스를 런칭했다) 해서 온디맨드 스토리지에 관심이 많이 생겨 마이박스를 좀 찾아보니

아니

우리 학교 동문 선배님이 아니시던가…!!

최성욱 (David Choe) 대표님은 (아래부터는 데이빗 형이다) 2001년에 우리 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 대학교 경영대학원인 Kellogg School of Management (켈로그MBA)를 졸업한 대표님은 원래 금융계에서 주식스왑 트레이더로 일을 하다가 마이박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호기심도 발동하고 더군다나 우리 학교 선배님이라니..

바로 연락을 했다. 만나고 싶다고, 마이박스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다고.

얼마 안 있어 답장이 왔다. 데이빗 형은 흔쾌히 다짜고짜 만나자는 나의 요청을 수락해주었다. But 데모데이 준비로 일이 바쁘고 (연락 당시는 6월 말이었다) 하니 7월에 약속을 잡자고.

시간이 흘러 지난주에 강남역 스타벅스에서 데이빗 형을 만날 수 있었다. 약 한 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봤다.

Q: 최근 국내 엑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 (Spark Labs)의 7기 스타트업으로서 데모데이를 진행했다. 소감은?

A: 매우 좋았다. 스파크랩이라는 좋은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우리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고 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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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이박스의 현재 상황은?

A: 순조롭다. 올해 4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제 3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서비스 시작 당시에는 B2C (소비자)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갈 계획이었는데, 만들어내는 비즈니스가 여러 명의 일반 소비자들의 비즈니스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그래서 꽤 빠르게 피봇을 단행했다. 덧붙이자면 미국과 같은 시장에서는 이미 소비자들이 스토리지의 필요성을 알고 있고 물건을 보관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를 수가 있는 게, 일단 한국에서만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전세로 집을 계약한다. 주거공간조차 lump sum으로 구매하는 시장에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매달 월세를 내는 일은 깨나 설득하기 힘든 일일 수가 있다.?

또한 마이박스를 운영하며 깨닫게 된 것은 한국 소비자들은 소유물을 곁에 두어야만 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주거공간을 좀 더 쾌적하게 사용하기 위해 짐 되는 물건들은 self-storage 나 자신 소유의 garage에 보관한다. 한국인들은 아무리 짐이 되는 물건이더라도 다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 성향을 확인했다.?

그러나 한국 스토리지 시장은 충분히 큰 시장이고, 인구밀도가 높으므로 필요성도 크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마이박스를 스토리지 회사로 생각하지 않고 싶다. 마이박스는 고객 옷장의 연결선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Q: 마이박스는 그럼 B2B 기업이 되는가?

A: B2C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 역시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써는 B2B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맞다. B2B 중에서도 대기업은 이미 각자의 시스템이 있다. 따라서 직접 물류창고를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소규모 및 중소기업에 집중하고 있고 우리의 customer segment를 크게는 3가지로 나누었다.?

1) Food & Beverage
2) Legal & Accounting
3) Retail

온라인과 오프라인 회사들 모두 우리의 잠재고객이다. 특히 F&B 업계에서는 식품과 음료수 등을 포장하려면 최소 10,000개 단위로 주문을 넣어야 하는데 주문을 할 때마다 그 많은 제품을 보관하기 위해 들어가는 물류/보관 비용이 크다. 마이박스에서는 보관뿐만 아니라 로지스틱스 역시 같이하고 있으므로 고객의 입장으로서는 지출을 줄일 기회가 된다.

Q: 마이박스를 시작한 계기는?

A: 나는 금융업계에서 일했었다. MBA를 졸업한 후 한국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해서 2년간 일했다. 일하면서 트렌드가 금융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졌고 그래서 Knowre (교육 스타트업, 일하면서 벤처업계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고 만나게 됐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지속해서 한국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스토리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다.

Q: 해외 유명 스토리지 서비스는 무엇이 있나?

A: 미국에서는 로스엔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Clutter가 제일 크다. 작년에 Series B 투자를 통해 3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그 외에도 Livible, Makespace 등이 있다.

Q: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있나?

A: 미국과 같은 시장은 이미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의 first-mover advantage를 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큰 성장세를 보이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말이다. 타이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는 아직 플레이어가 없다. 싱가포르와 홍콩에는 있긴 하다.?

Q: 한국에서의 경쟁자는?

Herebox, 짐좀, 큰집 등이 있다. 아직 모두 시장 진입 (혹은 시장을 만들어가는) 초기 단계라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큰집은 2016년 아산나눔재단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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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플래텀)

Q: 시장규모에 비해 플레이어 들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A:?아니다. 아까 말했듯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스토리지 서비스의 장점을 교육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자가 많은 것은 좋은 현상이다. 우리가 조그만 파이를 차지하는 것보다 파이를 키우고 나누는 게 더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

Q: Goodwill과 스타트업 Cleanbasket과의 파트너쉽을 맺었던데?

A: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집 청소 및 정리를 할 때 물건들을 3가지로 분류하게 된다. 집에 보관할 물건, 스토리지 서비스에 맡길 물건, 그리고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 버리거나 기증할 만한 물건이다. 한국 아파트들에는 옷 등을 기증할 수 있는 상자함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기증된 옷들이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기증자들이 누구에게 어떻게 언제 기증되었는지 모른다. 또한, 최근 이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옷을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굿윌과 파트너쉽을 맺었다. 우리가 고객들에게 기증 상자를 보내면 고객들이 기증할 옷들을 담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상자들을 받아서 굿윌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또한 고객들이 계절성 옷들 (코트, 패딩 등)을 맡길 때 크린바스켓과의 파트너쉽을 통해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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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이박스는 기술의존도가 높은 편인가?

A. 물류 부분에서는 기술을 이용한 효율성 증가와 원가 절감이라는 효과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물건을 보관하는 일 그 자체로서는 아직은 “people-business”다. 서비스 초기에는 기술이 고객을 유치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효율성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가 더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이 시장에서는 한 번 acquire한 고객은 특별한 계기가 없고서야 서비스를 바꿀 일이 없다.?

Q: 최근 벤처 미디어에 물류 스타트업 마이창고가 자주 보인다. 그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A: 마이창고는 물류 프로세싱 스타트업이다. 한 마디로 고객사의 물류 및 패키징을 담당하는 것이다. 고객사의 고객이 주문하면 오더 프로세싱 부터 대행을 한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Q: 모교인 일리노이대학교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A: 공대를 다녔다. 2학년 쯤 되니까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보다 다른 걸 하고 싶어졌다. 그래도 공대를 다녔기 때문에 분석능력을 갖출 수 있었고 숫자에도 밝은 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경험이었다.

데이빗 형과는 영어를 사용했다. 따라서 미흡한 번역실력으로 번역을 해보았으나 역시나 데이빗 형의 인사이트 등을 충분히 담지는 못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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