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ofI-Quad

2012년에 어카운팅 전공으로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에 입학했다. 벌써 샴페인에서 지낸지 3년이 되간다. 지난 3년을 뒤돌아보면 이 곳에 있으면서 나는 주로 공부보다는 놀면서 직접적인 경험을 쌓는데에 주력했다. 공부를 안 했다는 건 아니고 그저 공부가 우선순위에서 1등이 아니였다 (지금도 그렇다). 3년차 샴페인인(人)으로써 자부심을 느낄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이 굉장히 맘에 들고 정이 들었다. 주위의 학교 친구들을 보면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 서울이나 뉴욕같은 대도시로 돌아가길 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나도 어서 빨리 졸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곳 샴페인도 썩 괜찮은 도시인 것 같다.

커리어
1학년 때는 졸업하고 컨설팅업계로 진출하고 싶었다. 아는 형중에 듀크대를 졸업하고 한국 삼성전자에 과장급으로 스카우트된 형이 있다. 소위 그런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형들과 누나들을 보면서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천재같은 내 사촌누나의 영향도 좀 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야지’하며 미국의 로스쿨의 꿈을 품었다. 물론 한 학기만에 포기했지만 (학점). 컨설팅도 관심이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때의 나조차 ’컨설팅=놀고먹기’라는 빈곤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뭔가 멋있어 보였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젊은 컨설턴트가 30년, 40년 동안 맨 주먹으로 회사를 이끌어온 굴지의 회장단 앞에서 PT하는게 말이다. (물론 이런 경우 지금도 멋있다 하하) 그러다가 2학년 1학기때 처음으로 광고라는 것을 ADV150이라는 광고학개론 수업에서 접했는데, 신선했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과정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통해 감동을 얻거나 즐거워하고, 또 긍정적 감정덕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사실이 엄청 신기했다. 내가 여태 알아오던 세상이 달라 보였을 정도였다. 그때부터는 다른 길은 전혀 생각안하고 광고만 파고 있다.


커리어는 그렇다 치고, 내 샴페인 생활 3년을 ’교회생활’ 없이는 이야기 할 수 없다. 나는 3년간 교회안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교회와 밀접하게 지내왔다. 내 학교 친구들도 99% 같은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이고 그들과 공부도 같이하고 밥도 같이 먹고 운동도 같이 한다. 지금은 1학년이나 2학년때만큼은 똘똘 뭉쳐서 다니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나면 즐겁고 유쾌한 사람들이다. 세상이 정말 만만해 보이던 1학년 시절 나는 교회를 통해 선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 선배들은 후배를 위해 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고 같이 있어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무엇인가 따뜻했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자주 같이 있었다. 1년, 2년이 지나고 이제는 학교에 선배들이 거의 없지만 그들과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 이 때 만났던 선배들은 하나같이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3년째가 되고나니까 선배는 거의 없어지고 내가 선배가 되어 있었다. 하필 내가 빠른이라 선배긴 선밴데 다 친구먹는(?) 그런 상황인지라 선배같은 느낌이 안나서 그냥 친구처럼 다들 지내고 있다. 여전히 즐겁다. 이들도 소중한 사람들이고 이들과 함께 있을 때 뭔지모를 행복감이 든다.

공부
학교공부와 인생공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인생공부를 학교공부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해서 줄 곧 교과서보다는 내 서재에 있는 책을 봤고 안전한 졸업보다는 모험을 택했다. 그런 과정속에서 몇 번 넘어지기도 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 경험이니까. 아직 끝나지 않은 내 대학생활이 더 유익하고 즐거운 생활이 됐으면 좋겠다. 어느덧 3주 좀 안되게 남은 이번 학기도 열심히 놀꺼다. 물론 필요한 정도의 공부는 하면서.

떠나면 못 잊을 것들
샴페인은 굉장히 재밌는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 신기한 것들도 많은 도시다. 아직 졸업하려면 1년을 더 다녀야 하고 군대도 다녀와야 할 것 같지만, 나중에 졸업을 하고 떠나려면 못 잊을 것들이 몇 가지 있다.

710편의점

미국 대학교 중심에 한인 편의점이 있다고 말하면 믿을 만한 말인가? 우리 학교에는 학교 건물들 사이에 작은 편의점 하나가 있다. 이 편의점에는 라면, 떡볶이, 오뎅, 컵라면, 짜장면등을 파는 전형적인 한국 편의점이다 (안타깝게도 24시간 운영은 안 한다). 내가 1학년일때 오픈했는데 본격적으로 찾게 된 시점은 2학년때부터다. 1학년땐 있는지 몰랐다. 아무튼 2년을 넘게 이용하면서 갖다 바친 돈만 몇 백불은 될꺼다. 바쁜 와중엔 여기서 식사도 해결하고 중간중간 들려서 한국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 중요한 것은 교회 친구들이 다 이곳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일할때면 먹고 싶은게 굳이 없어도 들려서 인사나 하고 뭐든 사먹는다.

카페 파라디소

이 카페에서 내가 주문한 아메리카노만 300잔 정도 되는 것 같다. 항상 같은 메뉴를 시키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의 알바들은 매번 물어본다. 3년동안 똑같은 주문을 해왔으면 이젠 얼굴보면 알아서 주문할 법도 한데 말이다. 아무튼 이 카페는 시끄럽고 에어컨도 안되고 사람도 엄청 많은 카페다. 그래도 이곳을 내가 가는 이유는 일단 1) 맨날 가던 곳이라서 가는 거고 2) 주차장이 공짜라 가는 거다. 커피의 맛은 그리 중요치 않다. 다른 커피샵의 커피보다는 맛있는데, 난 별로 상관 안 한다.

ACES 도서관

우리 학교 농대 도서관이다. 학교 내 다른 도서관들은 대게 24시간 운영하는데 유독 이 도서관만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 이 도서관은 내게 다른 도서관들보다 더 특별한데, 1학년때 이 도서관에서 거의 살았던 때문인 것 같다. 제대로 말하면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이 다 이 도서관을 다녔다. 지금도 1주일에 2,3번은 이곳에서 공부를 하긴 하는데, 그 땐 최소 주5일제 출퇴근했다. 새벽 3시에 도서관에서 나와 다같이 찬 공기 마시며 집에 돌아가던 (혹은 친한 누나네 집에 다 같이 몰려가서 치킨을 시켜먹는다던가) 추억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추억에 젖어있다.

이 두가지 외에도 유니언, 판다익스프레스, KSA, UGL도서관등 잊지 못할 것들이 많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은 그렇게 크지는 않아도 여기서 만든 추억엔 큰 자부심이 있다. 누군들 본인의 추억이 소중하지 않겠냐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