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만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옷 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갖춰야 할 것들.

1. 자기 일

가장 기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선 전문가여야 한다. 너무 당연한 것. 다른 걸 백 개 잘해도 정작 자기 자신이 주로 하는 일을 못 하면 겉멋만 든 사람이다. 근데 그럴 사람이 있으려나 금융업계에 종사하면 금융에 대해선 잘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 않을까. 나는 컨설팅 업계에 있는데, 어느 분이 말씀해 주시길, “이 바닥 헛똑똑이들 많아요, 남 가르치는 건 잘해도 막상 자기 것은 못합니다”. 컨설팅 업계도, 금융업계도 겉멋만 든 헛똑똑이들 많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겉과 속을 모두 채워야 한다.

2. 지식과 상식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장 기본부터. 기본은 신문과 뉴스를 보며 정세를 읽는 감각을 다지고, 고전 문학과 실용적인 저서들을 두루 섭렵하여 자기만의 통찰력이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는 게 힘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인문 등에서도 깊게 들어가야 한다. 잡지식도 포함. 누군가 나에게 물어보면 그게 무슨 분야의 질문이든 어느 정도 수준 있는 답변을 내놓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수준 높은 지식과 상식을 갖고 싶다면 평상시에 여러 분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때가 많다. 사람과 대화를 단 5분만 해보아도 그 사람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천운의 기회가 왔을 때 보기 좋게 날려버리고 싶지 않다면, 평소에 잘 준비하자.

3. 웅변 & 작문 (ELOQUENCE & COMPOSITION)

우선 말 잘할 줄 알아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오늘날의 사회에서 말 못하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 연구직조차 학회에서 발표한다. 물론 콘텐츠가 전달 방법이나 웅변 실력보다 백 배는 중요하지만, 컨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전달력이 꽝이면 그 컨텐츠는 세상의 빛을 보기가 너무, 너무, 너무 어렵다. 책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자주 읽고 보며 밀도 있는 문장력을 키우고, 무대 등에 쫄리지 않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앞에 나가는 연습을 하자. 한 가지 이상의 언어로 웅변 실력을 키우는 것은 플러스알파. 글로벌 시대에 한국어만 잘하면 결국 내수용 인력이다. 글로벌 하게 놀자.

글도 잘 써야 한다. 처음부터 헤밍웨이 아저씨처럼 쓸 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헤밍웨이도 모든 초고는 걸레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연습이 답이다. 내가 터득한 좋은 방법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을 한두 개 씩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늘게 된다. 남들이 보게 될 글이라 생각하면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고치고 또 고친다. 그래도 완벽하게 쓰지 못하는 게 인간의 한계다. 아무리 글 잘 쓰는 사람도 초고 그대로 놔두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4. 스포츠

사교 운동인 테니스, 골프, 사이클 등은 배우는 게 좋다. 배우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노력하는 게 맞다. 그리고 농구, 축구, 야구 등의 대중 스포츠 중에서 본인이 정말로 좋아하는 종목이 하나쯤은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자기 지역의 스포츠 뉴스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메이저 스포츠인 야구, 농구, 축구, 미국의 경우 풋볼까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게 좋다. 깊게는 몰라도 할 줄 알고, 팀들을 알고, 경기를 볼 줄 알고, 그리고 좋아하는 팀 정도는 가진 것 말이다.

4. 음악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락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쇼팽과 프란츠 리스트가 누군지,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이 세상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지식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예시지만 어디 가서 프랭크 시내트라 음악에 대해 5분은 얘기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5. 요리와 술

내가 정말, 정말 취약한 부분. 그래서 나도 요새 공부하고 있다. Fine dining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고, 무엇이 맛있는 요리인지 알기 위해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 직접 요리도 해보고 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멋진 요리를 하나쯤은 알고 있고, 만들 줄 알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요리사와 담론을 지을 정도는 되고자 하는 게 내 목표이기도 하다. 술도 마찬가지. 맥주의 역사와 IPA와 라거의 차이, 지역별 특성, 제조방식 등을 알고 있으면 언제든 대화에 써먹을 지식이다.

6. 패션

대표적인 ‘겉멋’이긴 한데. 말끔히 차려입은 사람에게 구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첫인상을 좋게 만든다.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100 달러짜리 자라 수트와 $1000 달러짜리 까날리 수트의 차이는 단번에 안다. 까날리 수트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풀 캔버스와 하프 캔버스의 차이를 알고 비스포크와 Ready-to-wear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수트 뿐 아니라 다른 아이템들도 마찬가지. 여기서 중요한 건, 겉멋과 “속멋”의 차이는 무조건 명품을 고르는 것보다, 안목이 있어 좋은 품질의, 역사가 있고 단순하면서도 멋진 옷을 고르는 데서 온다. 베르사체, 발망 천 쪼가리를 $5~600에 사는 건, 적어도 내 견해로는 이해하지 못할 사안이다. 다만 APC나 메르체 비 슈바넨 (Merz b. Schwanen)의 티셔츠를 $50~$100달러에 사는 건, 멋진 일이자 추천하고 싶은 일이다. 자기 자신의 경제력에 맞춰서 사는 건 너무나도 기본인지라 이거에 대해 주야장천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패션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다. 돈이 많은 것과 없는 것과는 별개의 이슈다. 돈이 없어도 패션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브랜드에나 돈을 투자 하지 않는다.

7. 여행

많이는 못 다니더라도, 세계 각지의 여행장소에 대해 알고 있고 유명한 여행지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다. 혼자 여행하는 일의 재미를 알고 있으면 더욱 더 좋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여행을 갈 수 있게 많은 사람들에겐 비현실적인 일일 수도 있겠으나 커리어나 인생을 설계하자. 만약 일이 바빠 어느 해엔 여행을 가지 못 한다면, 적어도 간접적으로나마 (책, 다큐 등) 여행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8. 예술 – 미술, 건축, 영화/영상

많이 보아야 안다. 미술품이나 건축물을 그냥 한 두번 봐서는 이게 대단한 건지 그냥 발로 그린 거나 지은 건지 모를 수 있다 (건축은 좀 더 파악하기 쉬우나 건축도 종류가 다양하고 브루넬리스키, 크리스토퍼 렌부터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과 남긴 업적 등은 알아두면 좋다. 영화와 영상도. 사실 나는 영상물에는 깊은 조예는 없다. 그냥 재밌는게 좋은 거다. 근데, 영화 진짜 많이 본다. 안 바쁠 땐 하루에 1-2편씩은 본다. 많이 봐야 안다.